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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키 17》 리뷰 – 복제된 나는 나일 수 있는가?

by 데미안. 2025. 4. 13.

미키 17 - 봉준호

“죽는 건 익숙해. 그런데 사라지는 건… 아직 무서워.”
이 한 문장이 영화 《미키 17》의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봉준호 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인 신작 《미키 17》은 단순한 SF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인간 존재의 본질, 자아의 경계, 복제와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깊이 있는 심리 드라마이자 철학적 SF입니다.


📖 줄거리 요약

지구는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되었고, 인류는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기 위해 우주로 나섭니다. 그 중심에는 ‘익스펜더블’이라 불리는 존재가 있습니다. 죽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자, 죽고 나면 복제되어 다시 깨어나는 사람. 바로 ‘미키’입니다.

미키는 이제 17번째 복제체입니다. 임무 수행 중 사망한 줄 알았던 그가 살아 돌아오지만, 이미 18번째 복제체가 깨어나 존재하고 있습니다. 두 명의 ‘미키’가 동시에 존재하게 되면서, 영화는 흥미로운 정체성의 갈등으로 전개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여전히 나인가?


🎭 주제 해석

《미키 17》은 ‘복제 인간’이라는 SF 소재를 빌려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내가 겪은 기억, 느낀 감정이 똑같다면, 그 복제된 나는 진짜 나일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인간 존재에 대한 메타적인 성찰을 유머와 긴장, 그리고 감정의 굴곡을 통해 이야기합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과 블랙 유머가 공존하며, 영화는 관객에게 철학적인 여운을 남깁니다.

특히, 자신이 단지 ‘소모품’이라는 걸 자각한 미키의 고백은 단순한 SF의 틀을 넘어선 감정의 깊이를 보여줍니다.


🎬 인상 깊은 장면과 대사

  • 미키가 복제된 자신을 마주한 장면
    “넌 나야. 그런데 왜… 널 보는데 낯설지?”
    이 대사는 자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시청자에게 강하게 던집니다.
  • 죽음을 반복하는 삶에 대한 고백
    “죽는 건 익숙해. 그런데 사라지는 건… 아직 무서워.”
    삶과 존재의 연속성,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흔적을 남기려는 욕망을 느끼게 하는 장면입니다.

📌 감상 포인트

  1. 봉준호 감독의 철학적 시선
    《기생충》에서는 계급과 인간의 본성을 다뤘다면, 《미키 17》에서는 존재와 자아를 탐구합니다.
  2. 로버트 패틴슨의 내면 연기
    복잡한 내면을 지닌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한 인물이지만 서로 다른 감정을 가진 복제체의 혼란을 절묘하게 담아냅니다.
  3. 비주얼과 분위기
    얼어붙은 행성, 무채색의 공간, 무표정한 복제 인간들. 차갑고 절제된 영상미는 영화의 주제와 완벽하게 맞물립니다.

🌌 개인적인 감상평

《미키 17》은 ‘인간’이라는 단어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자아는 무엇으로 정의되는가? 기억? 감정? 육체? 아니면 누군가가 나를 ‘나’라고 인정해주는 것?

봉준호 감독은 우리가 쉽게 답하지 못하는 질문을 가장 SF적인 방식으로 던집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단순히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흥행 성적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저는 이 영화를 ‘봉준호 감독다운 가장 고요한 야심작’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 마무리하며

《미키 17》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삶이란, 반복되는 것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싸움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미키처럼 세상의 요구에 복제되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내가 나였음을 증명할 수 있는 무언가를 끝내 찾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인간다움이겠죠.